치즈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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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핑카우 — 이름이 1차대전 참호에서 나왔다

은박을 벗겨 크래커에 바르는 그 삼각형, 래핑카우(The Laughing Cow). 이름은 1차 세계대전 참호에서 나온 말장난이고, 내용물은 우리가 아는 치즈와 만드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름은 군용 트럭에 그려진 그림에서 왔습니다

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군의 한 보급 부대에 벵자맹 라비에라는 만화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부대 트럭 옆면에 웃는 소를 그리고 그 옆에 '바슈키리'라고 적었어요. 독일 문화의 상징이던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를 비튼 말장난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프랑스어로 소리 내면 '웃는 소'와 거의 같게 들립니다. 병사들이 재미있어했고, 그중에 레옹 벨이라는 젊은 낙농업자가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그 농담이 상표가 됐습니다

레옹 벨은 1921년에 자신이 만든 새 치즈에 그 이름을 붙여 상표로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트럭에 소를 그렸던 만화가에게 새 그림을 부탁했어요. 1924년에 나온 그 그림이 지금까지 쓰이는 빨간 소입니다. 자세히 보면 소가 치즈 상자 모양 귀걸이를 하고 있는데, 그 귀걸이 안에도 같은 소가 그려져 있습니다. 참호의 농담 하나가 백 년 넘게 살아남은 셈입니다.

그런데 이건 가공치즈입니다

여기서 성격이 갈립니다. 이 삼각형은 우유를 굳혀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치즈 여러 가지를 녹인 뒤 다시 굳힌 것입니다. 우유 성분과 버터를 함께 섞고 소금 몇 가지를 넣어요. 그래서 원재료명 첫 줄이 우유가 아닌 경우가 많고, 포장 뒷면 식품유형 칸에도 가공치즈라고 적힙니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자연치즈와 다른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가공치즈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기 →

왜 굳지 않고 발리나

비밀은 함께 넣는 소금에 있습니다. 유화염이라고 부르는 그 소금이 단백질을 붙들고 있던 칼슘을 대신 가져가면, 단백질이 풀려나 스스로 유화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지방과 물이 갈라지지 않고 매끈하게 섞인 채로 굳어요. 치즈 소스를 만들 때 구연산나트륨을 넣는 요령과 정확히 같은 원리입니다. 다만 이쪽은 그 상태로 식혀서 고체로 파는 것이고요.

같은 원리를 요리에 쓰는 법 →

그래서 냉장고 밖에서도 버팁니다

녹였다 굳히는 과정에서 열을 받고, 수분과 산도가 조절되고, 밀봉까지 되기 때문에 상온에서 상당히 오래 갑니다. 도시락이나 여행 가방에 넣기 좋은 이유가 여기 있어요. 다만 개봉한 뒤에는 다른 치즈와 마찬가지로 냉장하고 며칠 안에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오래 버티도록 만들어진 것과 열어둔 채로 괜찮은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빨간 왁스 치즈와 같은 회사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삼각형과 빨간 왁스 공이 같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하나는 가공치즈이고 하나는 에담 방식으로 만든 자연치즈예요. 같은 진열대에 나란히 놓여 있고 값도 비슷한데 만드는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무엇을 사는지 알고 사면 됩니다.

빨간 왁스 쪽은 무슨 치즈인가 →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