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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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스·스트링·크림치즈, 마트 치즈 제대로 알기

우리가 실제로 가장 많이 사는 건 이 치즈들입니다. 무엇으로 만들었고 어디에 쓰면 좋은지, 그리고 어떻게 태어났는지.

슬라이스 치즈는 대개 가공치즈입니다

낱장으로 포장된 치즈는 만든 치즈를 녹여 유화제와 함께 다시 굳힌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열에 균일하게 녹고 잘 갈라지지 않아요. 이건 결함이 아니라 설계된 성질입니다. 대신 나트륨이 높은 편이에요. 가공치즈는 100g당 나트륨이 1,200mg 안팎으로 치즈 종류 중 가장 높은 축입니다. 뒷면 식품유형에 치즈인지 가공치즈인지 적혀 있으니 그것만 확인하면 됩니다. 참고로 국내 기준에서는 치즈를 완전히 녹여 재성형한 것만 가공치즈로 분류돼요.

슬라이스의 바탕이 되는 치즈예요.

가공치즈는 어쩌다 발명됐을까

1911년 스위스 툰에서 두 사람이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치즈를 만들려고 실험을 했습니다. 녹인 에멘탈에 구연산나트륨을 넣어봤더니 매끈하게 유화된 상태가 되고, 식히면 다시 단단하게 굳는다는 걸 발견했어요. 상자에 담아 팔 수 있는 치즈라는 뜻으로 상자치즈라고 불렀습니다. 몇 년 뒤 미국에서 크래프트라는 사업가가 비슷한 방식으로 특허를 냈고, 그게 오늘날 우리가 아는 슬라이스 치즈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이 치즈는 애초에 유통을 위해 태어난 물건이에요. 원래 목적을 기준으로 보면 완벽하게 성공한 발명입니다.

그 실험이 출발한 치즈입니다.

스트링치즈가 결대로 찢어지는 이유

모짜렐라 계열은 뜨거운 물에서 반죽을 늘여 만듭니다. 스트링치즈는 그 늘이기를 한 방향으로만 해서 단백질 섬유가 나란히 정렬된 채로 굳혀요. 그래서 결대로 찢어집니다. 같은 모짜렐라라도 생모짜렐라 공은 방향을 잡아 늘이지 않기 때문에 찢어지지 않아요. 손으로 뜯는 재미가 우연이 아니라 만드는 방식의 결과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결이 온도에 민감하다는 거예요. 차가울 때는 잘 찢어지는데 실온에 오래 두면 결이 흐물해져서 잘 안 찢어집니다.

같은 방식으로 늘여 만드는 치즈예요.

크림치즈는 숙성하지 않은 생치즈입니다

우유와 크림을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굳힌, 숙성을 거치지 않은 치즈예요. 그래서 맛이 순하고 살짝 새콤합니다. 열을 받아도 흐르기보다 부드러워지는 쪽이라 베이킹과 소스에 쓰기 좋아요. 나트륨은 28g에 90~105mg 정도로 슬라이스보다 낮은 편입니다. 개봉하면 생치즈답게 빨리 상하니 날짜를 적어두세요. 그리고 마스카포네와 헷갈리기 쉬운데, 마스카포네는 크림을 산으로 굳혀 만들어 발효 향이 거의 없고 훨씬 진합니다. 티라미수에 크림치즈를 쓰면 새콤해지는 이유가 그거예요.

서로 자주 헷갈리는 두 가지입니다.

피자치즈는 섞은 것입니다

봉지에 든 피자용 슈레드는 대개 모짜렐라를 주축으로 다른 치즈를 섞어 늘어남과 고소함을 같이 낸 것입니다. 좋은 피자집이 하는 일과 같은 발상이에요. 다만 갈아놓은 상태라 표면적이 넓어 덩어리보다 빨리 마르고 상합니다. 게다가 조각끼리 달라붙지 말라고 전분이나 셀룰로스를 섞는 경우가 많아 잘 녹는 성질이 조금 달라져요. 피자처럼 굽는 요리에서는 차이가 작지만, 소스나 퐁뒤처럼 매끈하게 녹아야 하는 요리에서는 확실히 티가 납니다. 자주 안 쓴다면 덩어리를 사서 그때그때 가는 편이 낫습니다.

봉지 안에 대개 섞여 있는 것들이에요.

치즈맛이 나는데 치즈가 아닌 것들

냉동피자나 저가 제품에서 치즈맛이 나는데 어딘가 다르다면 모조치즈일 수 있습니다. 식물성 유지와 단백질로 치즈의 질감을 흉내 낸 물건이에요. 값이 싸고 잘 늘어나지만 우유에서 온 성분이 거의 없습니다. 국내 기준에서는 치즈에서 온 유고형분이 18%에 못 미치면 치즈류가 아니라 식용유지가공품으로 분류돼요. 구별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뒷면 식품유형 칸을 보면 됩니다. 앞면에 치즈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어도 유형 칸이 다르면 다른 물건이에요.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 무엇을 사는지 알고 사자는 이야기입니다.

값으로 따지면 어떤가요

슬라이스 치즈는 그램당 값이 생각보다 비싼 편입니다. 낱장으로 포장하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에요. 같은 돈으로 덩어리 고다나 체다를 사면 양이 훨씬 많습니다. 물론 슬라이스는 잘라 쓰는 수고가 없고 정확히 한 장씩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다만 매일 쓰는 집이라면 덩어리를 사서 필요할 때 썰어 쓰는 쪽이 확실히 이득이에요. 창고형 매장의 큰 덩어리는 그램당 값이 특히 유리하고, 단단한 치즈는 잘 상하지 않아 큰 것을 사도 부담이 적습니다.

덩어리로 사면 값이 확 달라지는 것들입니다.

마트 치즈를 잘 쓰는 법

각각 잘하는 일이 다릅니다. 슬라이스는 열에 균일하게 녹으니 토스트와 햄버거에, 스트링치즈는 그대로 간식으로, 크림치즈는 바르거나 베이킹에, 피자용 슈레드는 오븐 요리에 쓰는 것이 각자의 자리예요. 여기서 한 가지만 더하면 폭이 크게 넓어집니다. 갈아 쓰는 단단한 치즈를 하나 두는 거예요. 파스타·수프·샐러드·볶음밥 어디에나 조금씩 들어가 감칠맛을 더하고, 소금 대신 쓸 수도 있습니다. 오래 가서 자주 살 필요도 없고요.

하나 더 두면 폭이 넓어지는 것이 이것이에요.

한 칸 올라가고 싶다면

슬라이스 치즈에 익숙하다면 다음은 덩어리 반경성 치즈입니다. 순하고 오래 가고 어디에나 맞아서 실패가 없어요. 고다나 체다를 200g쯤 사서 썰어 먹어보면 슬라이스와 뭐가 다른지 바로 알게 됩니다. 그다음이 흰곰팡이 치즈고요. 다만 오해하지 마세요. 마트 치즈가 나쁜 게 아니라 쓰임이 다를 뿐입니다. 라면에 올릴 것과 와인에 곁들일 것이 같을 필요는 없어요. 좋은 치즈를 알게 되어도 슬라이스 치즈는 계속 냉장고에 있을 겁니다. 그게 정상이에요.

올라가는 순서대로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