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와 레몬즙이면 30분입니다. 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손으로 알게 되는 가장 빠른 방법.
필요한 것
우유 1L, 레몬즙 두세 큰술이나 식초, 소금 조금, 그리고 면포와 체가 전부입니다. 특별한 도구도 재료도 필요 없어요. 면포가 없다면 깨끗한 손수건이나 얇은 행주도 됩니다. 커피 필터를 여러 장 겹쳐 써도 되고요. 냄비는 바닥이 두꺼운 것이 좋습니다. 얇은 냄비는 바닥만 먼저 뜨거워져 우유가 눌어붙기 쉬워요. 온도계가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됩니다. 눈으로 판단하는 방법은 아래에서 설명할게요.
우유 고르기가 절반입니다
여기서 실패가 가장 많이 갈립니다. 첫째, 지방을 뺀 우유보다 일반 우유가 훨씬 낫습니다. 저지방으로 만들면 양도 적고 퍽퍽해요. 둘째이자 더 중요한 것은 살균 방식입니다. 초고온으로 살균한 우유는 단백질 구조가 이미 변해 있어서 산을 넣어도 잘 뭉치지 않아요. 국내에서 파는 우유는 상당수가 초고온 살균이라 이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장에 저온살균이나 파스퇴르 살균이라고 적힌 것을 고르면 결과가 확실히 좋아집니다. 나오는 양은 1L에 200~300g 정도예요.
만드는 법
우유에 소금을 조금 넣고 85도까지 데웁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이렇게 판단하세요. 냄비 가장자리에 작은 거품이 줄지어 오르고 표면에서 김이 확실히 올라오되 아직 끓지는 않는 상태입니다. 불을 끄고 레몬즙을 넣어 서너 번만 크게 저은 뒤 15~20분 그대로 둡니다. 뚜껑을 덮어두면 온도가 천천히 내려가 더 잘 뭉쳐요. 하얀 덩어리와 맑은 노란 물로 갈라지면 면포를 깐 체에 붓고 거르면 끝입니다. 거르는 시간이 길수록 되직해지고, 15분이면 촉촉하고 1시간이면 발라 쓸 만큼 단단해집니다.
휘젓지 말고 끓이지 마세요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둘입니다. 산을 넣고 계속 저으면 뭉치려던 덩어리가 다시 잘게 부서집니다. 그러면 면포로 걸러도 대부분 빠져나가 버려요. 팔팔 끓이면 단백질이 지나치게 조여져 뻣뻣하고 뻑뻑해집니다. 넣고 나면 손을 떼고 기다리는 것이 요령이에요. 조급함이 유일한 적입니다. 그리고 저을 때는 빠르게 휘젓지 말고 크게 두세 번만, 산이 우유 전체에 퍼지도록 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안 뭉칠 때는 이렇게
20분이 지났는데 여전히 뿌연 우유 상태라면 산이 부족하거나 온도가 낮은 겁니다. 레몬즙을 한 큰술 더 넣고 5분 더 기다려 보세요. 그래도 안 되면 다시 약불에 올려 온도를 조금 올립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다 해도 안 뭉친다면 우유가 초고온 살균 제품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건 요령으로 해결되지 않으니 다음번에 우유를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덩어리가 너무 잘아서 체를 통과해 버린다면 다음번엔 젓는 횟수를 줄이고 기다리는 시간을 늘려 보세요.
레몬과 식초는 맛이 다릅니다
둘 다 되지만 결과가 조금 달라요. 레몬즙을 쓰면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남아 디저트나 과일과 함께 쓸 때 잘 맞습니다. 식초는 향이 없는 대신 살짝 시큼한 뒷맛이 남을 수 있어요. 요리에 넣을 것이라면 식초가 값도 싸고 무난합니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에 물로 한 번 헹구면 산 맛이 상당히 빠져요. 다만 헹구면 향도 함께 빠지니, 레몬 향을 살리고 싶다면 헹구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리코타는 아닙니다
정통 리코타는 다른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을 다시 데워 굳힌 것입니다. 이름부터 다시 익혔다는 뜻이에요. 치즈를 만들고 남은 것에서 한 번 더 건져내는 알뜰한 방식이었죠. 반면 집에서 우유로 만드는 것은 우유 자체를 산으로 굳힌 것이라 갓 만든 프레시 커드에 가깝습니다. 맛과 질감은 상당히 비슷하지만 같은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이탈리아 사람 앞에서는 리코타라고 부르지 않는 편이 안전해요.
진짜 쪽은 이것입니다.
만들고 나서
따뜻할 때 빵에 올려 꿀이나 올리브유를 뿌리면 그날의 가장 좋은 한 접시가 됩니다. 갓 만든 리코타는 파는 것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향이 좋아요. 파스타나 라자냐에 넣어도 되고, 설탕과 레몬 껍질을 섞어 디저트로 써도 됩니다. 숙성을 안 한 생치즈이므로 냉장에서 이삼 일 안에 먹으세요. 밀폐용기에 담되 물이 조금씩 나오니 바닥에 키친타월을 한 장 깔아두면 좋습니다.
걸러낸 물도 재료입니다
체 아래로 빠진 노란 물이 유청입니다. 버리지 마세요. 단백질과 미네랄이 남아 있어서 쓸모가 많습니다. 빵이나 팬케이크 반죽에 물 대신 넣으면 풍미가 좋아지고, 국물 요리의 육수로 써도 됩니다. 스무디에 넣는 사람도 있고요. 그냥 마시기에는 조금 밍밍하지만 레몬과 꿀을 넣으면 마실 만합니다. 어차피 원래 치즈 공장에서도 이걸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치즈를 만들었으니, 집에서도 한 번 더 써보는 것이 원래 방식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간다면
이게 익숙해지면 다음은 응고 효소를 쓰는 치즈입니다. 레닛과 종균을 온라인에서 살 수 있어요. 산으로 굳히는 것과 달리 탄력 있는 덩어리가 생기고, 그걸 잘라 물을 빼면 모짜렐라나 파니르 비슷한 것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숙성이 필요한 치즈는 온도와 습도를 몇 달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서 집에서는 난도가 확 올라가요. 굳히고 물 빼는 데까지만 해봐도 충분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치즈 라벨에 적힌 말들이 훨씬 잘 읽히게 되거든요.
다음에 도전해볼 만한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