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스스로 굳지 않습니다. 굳히는 데 쓰는 것이 무엇인지가 이 이야기의 전부예요.
우유는 스스로 굳지 않습니다
치즈를 만들려면 액체인 우유를 덩어리와 물로 갈라놓아야 합니다. 그 방아쇠가 렌넷이에요. 젖을 먹는 송아지의 위에서 나오는 효소이고, 원래는 어미젖을 소화하려고 송아지가 갖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걸 빌려 쓴 셈이죠. 즉 치즈는 우유·소금 말고도 동물에게서 온 재료를 하나 더 쓰는 음식입니다. 채식을 하는 사람에게 치즈가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예요. 유제품을 먹기로 한 사람이라도 이건 다른 문제거든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규격이 못 박아 두었습니다
다른 치즈는 만드는 곳마다 다르지만 이건 다릅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PDO 규격서는 응고를 두고 "오로지 송아지 렌넷으로" 얻는다고 적어 두었어요. 권장이 아니라 그 이름을 쓰려면 지켜야 하는 조건입니다. 그러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채식이 아닙니다. 예외가 없어요. 같은 규격서의 첫 대목이 우유를 두고 살균하지 않은 생유라고 적고, 첨가물을 쓸 수 없다고도 적습니다. 이 치즈가 유난히 손댈 구석이 없는 이유고, 그래서 이 질문에 답이 딱 떨어지는 흔치 않은 경우예요.
규격이 못 박은 것은 지금 이 하나입니다.
그런데 '파르메산'은 다른 물건일 수 있습니다
이름이 갈립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보호받는 이름이라 규격을 지킨 것만 그렇게 부를 수 있지만, 파르메산은 유럽 밖에서 훨씬 느슨하게 쓰입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호주에서 파르메산이라고 파는 것 중에는 미생물 렌넷으로 만든 것이 실제로 있어요. 채식하는 사람에게는 이 구분이 실용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름이 길고 정확할수록 규격이 뒤에 있고, 짧고 뭉뚱그린 이름일수록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면 대체로 맞습니다.
대체재는 셋입니다
첫째는 미생물 렌넷입니다. 곰팡이나 세균이 만들어낸 효소로, 대량 생산 치즈가 많이 씁니다. 둘째는 식물성이에요.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엉겅퀴 꽃의 암술을 우려낸 물로 우유를 굳히는 방법을 아주 오래전부터 써 왔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몇몇 양젖 치즈가 지금도 그렇게 만듭니다. 셋째는 미생물에 유전자를 넣어 송아지 렌넷과 같은 효소를 만들게 하는 방식이고요. 셋 다 동물을 거치지 않지만 결과가 똑같지는 않습니다. 효소가 단백질을 조금씩 다르게 자르기 때문에 숙성한 뒤의 질감과 뒷맛이 달라져요.
리코타는 렌넷을 안 넣습니다 — 그런데
산으로 굳히는 치즈는 렌넷이 필요 없습니다. 집에서 우유에 레몬즙을 넣어 만드는 것이 그 방식이에요. 그래서 이쪽이 안전해 보이는데, 리코타에는 한 겹이 더 있습니다. 리코타의 재료는 우유가 아니라 유청이거든요. 치즈를 만들고 남은 그 맑은 액체 말입니다. 그 원래 치즈가 송아지 렌넷으로 굳힌 것이라면, 리코타는 렌넷을 한 방울도 안 넣고도 그 뿌리를 갖게 돼요. 그러니 "산으로 굳혔으니 괜찮다"는 답이 되지 못합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그 앞에 무엇이 있었느냐예요.
재료가 유청인 쪽입니다.
결국 포장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치즈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같은 이름의 치즈가 나라마다 다르게 만들어지고, 같은 회사도 제품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원재료명에서 볼 것은 두 가지입니다. 미생물 효소나 식물성 응고제라고 적혀 있으면 동물을 안 거친 것이고, 그냥 응고제나 렌넷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확인이 안 된 것으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영국처럼 채식 표시가 흔한 곳도 있고 전혀 없는 곳도 있어요. 중요한 문제라면 그 나라 포장의 원재료명을 직접 읽는 것 말고 방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