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염소·물소 말고도 치즈가 되는 젖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 젖이나 되는 건 아니에요.
치즈의 거의 전부는 네 동물에서 나옵니다
소, 양, 염소, 그리고 물소입니다. 가게에서 만나는 치즈는 사실상 이 넷 안에 들어가요. 넷이 뽑힌 이유는 젖 맛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오래 길들이면서 젖을 많이 내는 쪽으로 골라 길러왔기 때문입니다. 그 선택이 수천 년 쌓인 결과가 지금의 젖소예요.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어느 젖이냐에 따라 색과 향과 진하기가 달라집니다.
젖이 서로 다른 것끼리 견줘보기 좋아요.
그 밖의 젖은 땅이 정했습니다
히말라야에는 야크젖으로 만들어 돌처럼 단단하게 말린 치즈가 있고, 북유럽 사미 사람들은 순록젖으로 치즈를 만들어 왔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는 낙타젖 치즈가 있고, 발칸반도에는 당나귀젖으로 만드는 아주 드문 치즈가 있어요. 맛을 위해 고른 젖이 아닙니다. 그 지역에서 그 가축을 키우니까 만드는 것이에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부 소를 키우기 어려운 땅이라는 거예요. 젖의 종류는 취향이 아니라 그 땅에서 무엇이 살아남느냐가 정합니다.
그런데 아무 젖이나 치즈가 되지는 않습니다
낙타젖이 좋은 예입니다. 치즈가 굳는 것은 응고 효소가 카세인 중에서도 카파 카세인이라는 부분을 잘라내면서 단백질이 서로 엉기기 때문인데, 낙타젖에는 그 카파 카세인이 소젖의 3분의 1밖에 없어요(0.3% 대 1%). 게다가 카세인 덩어리 자체가 더 크고, 젖에 원래 들어 있는 플라스민이라는 효소가 굳은 뒤에도 단백질을 계속 잘라냅니다. 그래서 보통 렌넷을 넣으면 덩어리가 아예 안 생기거나 손대면 무너질 만큼 무르게 잡혀요. 낙타 전용 응고 효소가 나오고 나서야 제대로 된 낙타젖 치즈가 만들어졌습니다. 당나귀젖도 굳기는 하지만 덩어리가 무른 채로 남아 생치즈까지가 한계예요.
알파카 젖으로 치즈를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있습니다. 2018년 페루 연구진이 알파카 열 마리의 젖을 손으로 짜서 실제로 치즈를 만들어 봤어요. 결과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젖에서 치즈가 나오는 비율이 21.6%로 양젖(21.4%)과 비슷했고 소젖(12.7%)보다 오히려 높았거든요. 수분이 적어 단단한 경성치즈로 분류됐고, 백 명에게 맛보인 결과 냄새는 74%, 질감은 65%가 좋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파는 곳이 없는 이유는 양이에요. 알파카는 하루에 0.3~1리터를 냅니다. 그 연구에서도 새끼가 딸린 어미 열 마리에게서 하루에 모은 젖이 1리터 남짓이었어요. 게다가 안데스에서 알파카를 기르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털과 고기라, 젖을 많이 내도록 골라 기른 적이 없습니다. 젖소는 수천 년 동안 그 선택을 거친 결과예요. 그러니까 알파카 치즈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산업이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