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도감
🧀

치즈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우유가 굳고, 물이 빠지고, 시간이 쌓입니다. 이 세 단계만 알면 치즈 설명에 나오는 말이 전부 이해돼요.

전부 세 단계입니다

치즈 만들기는 결국 세 가지 일입니다. 우유를 굳히고, 물을 빼고, 시간을 들이는 것. 세상의 모든 치즈가 이 세 단계를 거치고, 각 단계에서 어떤 선택을 했느냐가 치즈의 종류를 만듭니다. 굳히는 방법이 두 갈래로 갈리고, 물을 빼는 정도가 무르기를 정하고, 숙성 방식이 향을 정해요. 그래서 낯선 치즈를 만나도 이 세 가지만 물어보면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으로 굳혔나, 물을 얼마나 뺐나, 얼마나 오래 두었나.

먼저 우유를 굳힙니다

우유에 응고 효소나 산을 넣으면 단백질이 서로 붙으면서 푸딩처럼 굳습니다. 효소로 굳히면 탄력 있는 덩어리가 되고, 산으로 굳히면 부슬부슬한 덩어리가 돼요. 이 갈림길에서 이미 치즈의 성격이 절반쯤 정해집니다. 효소로 굳힌 치즈는 나중에 열을 받으면 그 연결이 느슨해져 늘어나지만, 산으로 굳힌 치즈는 애초에 다른 방식으로 엉겨 있어 열을 받아도 그대로예요. 열을 받아도 안 녹는 치즈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집에서 우유에 레몬즙을 넣어 만드는 치즈가 바로 산으로 굳히는 쪽입니다.

효소 대신 산으로 굳히는 쪽이에요.

그 효소는 원래 송아지 위에서 왔습니다

우유를 굳히는 효소를 레닛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젖 먹는 송아지의 넷째 위에서 얻었습니다. 치즈의 기원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가 여기서 나와요. 상인이 우유를 양이나 송아지의 위로 만든 주머니에 담아 사막을 건넜는데, 도착해서 열어보니 우유가 굳어 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화학적으로는 정확히 말이 됩니다. 위벽의 효소와 흔들림과 온도가 합쳐지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거든요. 인류가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최소 7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은 대부분 통에서 기른 효소를 씁니다

요즘 치즈 대부분은 송아지에서 얻은 레닛을 쓰지 않습니다. 1980년대에 과학자들이 소의 유전자 중 그 효소를 만드는 부분만 미생물에 옮겨 심는 데 성공했거든요. 그 미생물을 발효조에서 키우면 효소가 나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1990년에 이를 승인했는데, 유전자 조작 기술로 만든 물질이 식품에 쓰이도록 허가된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만드는 경성 치즈의 약 90%가 이 방식으로 굳혀집니다. 값이 싸고 품질이 일정하며 송아지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업계가 빠르게 갈아탔어요. 다만 전통 방식을 규정으로 못 박아 둔 몇몇 치즈는 여전히 송아지 레닛만 씁니다.

엉겅퀴로 굳히는 치즈도 있습니다

이베리아 반도에는 아주 오래된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엉겅퀴 꽃의 암술을 우려낸 물로 우유를 굳히는 거예요. 로마 시대 농업서에도 응고시키는 풀로 기록돼 있을 만큼 오래됐습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몇몇 양젖 치즈가 지금도 이 방식을 씁니다. 결과물은 독특해요. 식물 효소는 단백질을 조금 다르게 쪼개서, 숙성하면 속이 숟가락으로 떠먹을 만큼 흐물흐물해지고 살짝 쌉쌀한 뒷맛이 남습니다. 동물 성분이 전혀 안 들어가므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치즈이기도 합니다.

잘라서 물을 뺍니다

굳은 덩어리를 칼로 자르면 잘린 면에서 맑은 물이 배어 나옵니다. 이 물이 유청이에요. 잘게 자를수록, 그리고 데우면서 저을수록 물이 더 많이 빠집니다. 치즈가 단단할지 부드러울지는 사실상 이 단계에서 결정돼요. 쌀알만큼 잘게 자르고 오래 데우면 경성 치즈로, 큼직하게 자르고 그대로 두면 연성 치즈로 갑니다. 만드는 사람이 칼을 몇 번 더 넣느냐가 몇 년 뒤의 질감을 정하는 셈입니다. 치즈 만들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하나만 꼽으라면 여기예요.

그래서 우유가 그렇게 많이 듭니다

단단한 치즈 1kg을 만들려면 우유가 대략 10L 필요합니다. 파르미지아노처럼 오래 숙성하는 치즈는 12~14L까지 들어가요. 부피의 대부분이 유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치즈값이 우유값과 전혀 다른 이유이고, 100g만 먹어도 영양이 촘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파르미지아노 한 덩이는 40kg쯤 되는데, 그러니까 한 덩이에 우유 500L 이상이 들어간 셈이에요. 숙성고에서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값이 왜 그런지 짐작이 갑니다.

우유가 특히 많이 드는 것들입니다.

소금을 넣고 모양을 잡습니다

물을 뺀 덩어리를 틀에 넣어 누르고 소금을 칩니다. 소금은 간을 맞추려는 게 아니라 남은 물을 더 빼고 잡균을 막고 숙성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예요. 소금이 부족하면 숙성이 너무 빨라 통제가 안 되고, 많으면 숙성이 멈춥니다. 어떤 치즈는 반죽에 섞고 어떤 치즈는 겉에 문지르거나 소금물에 담급니다. 파르미지아노는 소금물 탱크에 몇 주씩 담가 두는데, 소금이 표면에서 중심까지 스며드는 데 그만큼 걸리기 때문이에요.

늘려서 모양을 잡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에는 굳힌 덩어리를 뜨거운 물에 담가 엿가락처럼 늘였다 접었다 반복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러면 단백질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면서 결이 생겨요. 손으로 찢으면 세로로 갈라지고, 피자 위에서 길게 늘어나는 것도 이 결 때문입니다. 이 작업은 뜨거운 물 속에서 손으로 해야 해서 숙련된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예전에는 마을에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도 좋은 모짜렐라는 손으로 늘려 만든 것을 최고로 칩니다.

늘려서 모양을 잡는 것들이에요.

그다음은 시간이 합니다

숙성고에 들어가면 미생물과 효소가 단백질과 지방을 천천히 쪼갭니다. 큰 분자가 작은 조각으로 나뉘면서 감칠맛이 생기고 향이 복잡해지고 질감이 바뀌어요. 유당도 이때 거의 사라집니다. 오래 숙성한 치즈에서 씹히는 아삭한 알갱이는 단백질이 잘게 쪼개진 끝에 아미노산이 결정으로 맺힌 것이고요. 숙성고의 온도와 습도는 몇 도 차이로도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좋은 치즈 공방에서 가장 정성을 들이는 공간이 여기입니다. 사실상 치즈의 맛은 이 방에서 완성됩니다.

시간이 맛을 바꿔놓는 것들입니다.

곰팡이는 어디서 오나요

흰곰팡이 치즈와 블루치즈에 쓰는 곰팡이는 지금은 배양한 균을 사서 씁니다. 하지만 원래는 자연에서 왔어요. 로크포르는 프랑스 남부 마을의 석회암 동굴에서 저절로 자라던 곰팡이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동굴은 지하 균열로 바깥 공기가 드나들어 온도와 습도가 일 년 내내 일정한데, 그 조건이 그 곰팡이에게 딱 맞았거든요. 예전 그 지역 사람들은 동굴에 호밀빵을 두어 곰팡이를 피운 다음, 그걸 말려 가루로 만들어 치즈 반죽에 섞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배양균은 그 곰팡이의 후손인 셈입니다.

곰팡이가 맛의 주인공인 것들이에요.

집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것은 산으로 굳히는 치즈예요. 우유를 데우고 레몬즙이나 식초를 넣으면 몇 분 만에 덩어리가 생깁니다. 이걸 면포에 받쳐 물을 빼면 리코타 비슷한 치즈가 돼요. 효소도 숙성고도 필요 없고 30분이면 끝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가려면 레닛과 종균을 사야 하는데,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숙성이 필요한 치즈는 온도와 습도를 몇 달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서 집에서는 난도가 확 올라가요. 처음에는 굳히고 물 빼는 데까지만 해보는 편이 좋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치즈 설명에 나오는 말들이 훨씬 잘 읽히게 됩니다.

집에서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