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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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치즈, 처음 먹는 사람을 위한 안내

한 번 먹고 포기했다면 순서가 틀렸을 수 있어요. 순한 것부터 올라가는 법과 훨씬 편하게 먹는 조합, 그리고 이 치즈가 어떻게 태어났는지까지.

왜 이런 맛이 나나요

치즈 반죽에 푸른곰팡이를 넣고, 굳힌 뒤에 긴 쇠바늘로 여러 번 찔러 공기가 드나들 길을 냅니다. 곰팡이는 산소가 있어야 자라거든요. 그 길을 따라 곰팡이가 뻗어 나가면서 특유의 무늬가 생깁니다. 잘랐을 때 보이는 푸른 결이 대체로 곧게 뻗어 있는 것도 그 바늘 자국을 따랐기 때문이에요. 맛의 정체는 그 곰팡이가 지방을 분해하며 만드는 물질들입니다. 알싸하고 톡 쏘는 그 느낌이 거기서 와요. 자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의도해서 키운 것이고, 소금도 함께 많이 들어갑니다.

동굴에서 시작된 치즈입니다

프랑스 남부에 로크포르쉬르술종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콩발루라는 산이 무너지면서 생긴 석회암 동굴이 마을 아래에 있는데, 그 바위에는 플뢰린이라 부르는 자연 균열이 나 있어요. 바깥 공기가 그 틈으로 드나들어 동굴 안의 온도와 습도가 일 년 내내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푸른곰팡이가 자라기에 딱 맞는 조건이었죠.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한 양치기가 동굴에 양젖 응유와 호밀빵을 두고 갔다가 며칠 뒤 돌아와 보니 푸른 무늬가 나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그 동굴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그 동굴에서 나온 치즈입니다.

세계 최초로 이름을 법으로 지킨 치즈

1411년 프랑스의 샤를 6세가 로크포르 마을 사람들에게 그 치즈를 숙성시킬 독점권을 내줬습니다. 다른 곳에서 흉내 내 만든 것이 나돌자 진짜를 보호하려 한 조치였어요. 원산지 이름을 법으로 지킨 사례로는 세계에서 가장 이른 축에 듭니다. 지금 유럽 전역에 있는 원산지 보호 제도의 먼 조상인 셈이죠. 600년 전 사람들도 이름값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로크포르라는 이름은 그 동굴에서 숙성한 치즈만 쓸 수 있습니다.

그 첫 사례가 이것이에요.

순한 것부터 시작하세요

블루치즈라고 다 같지 않습니다. 강도 차이가 치즈 종류 중에서도 가장 큰 편이에요. 순하고 크리미한 이탈리아식부터 시작하세요. 특히 돌체라고 표시된 것은 숟가락으로 떠먹을 만큼 부드럽고 짠맛도 약합니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부스러지는 영국식으로, 그다음에 양젖으로 만든 진한 프랑스식으로 올라가면 훨씬 순조로워요. 순서를 거꾸로 밟으면 블루치즈 자체를 싫어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로 블루치즈가 싫다는 사람 상당수가 가장 센 것을 처음 만난 경우예요.

순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놓았어요.

온도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블루치즈는 차가울 때 짠맛과 자극이 유난히 앞섭니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으면 소금 덩어리처럼 느껴지기 쉬워요. 30분에서 1시간쯤 실온에 두면 질감이 부드러워지고 향의 층이 살아나면서 훨씬 먹기 편해집니다. 처음 시도할 때 이 한 가지만 지켜도 인상이 크게 달라져요. 그리고 한 번에 많이 집지 마세요. 아주 얇게, 다른 것과 함께. 블루치즈는 양이 아니라 순간의 강도로 승부하는 치즈입니다.

온도와 자르는 법 →

단것과 같이 내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짠맛과 단맛은 서로를 눌러줍니다. 꿀 한 스푼, 잘 익은 배나 무화과, 건포도 정도만 곁들여도 처음 느껴지던 날카로움이 크게 줄어요. 이건 요령이 아니라 유럽에서 오래된 정석적인 조합입니다. 여기에 호두 같은 견과를 더하면 질감의 대비까지 생겨 한 접시가 완성돼요. 빵은 호밀빵이나 견과가 든 빵이 잘 받습니다. 브리오슈처럼 달고 부드러운 빵에 아주 조금 올리면 그대로 디저트가 되고요.

술과 함께라면 훨씬 쉬워집니다

블루치즈는 술이 있을 때 가장 편해집니다. 프랑스에서는 로크포르에 소테른이라는 달콤한 화이트를, 영국에서는 스틸턴에 포트를 곁들이는 것이 각각 고전으로 굳어 있어요. 두 나라가 상의한 것도 아닌데 같은 답, 그러니까 단 술에 도착한 셈입니다. 술이 달면 치즈의 짠맛이 눌리고, 치즈가 짜면 술의 단맛이 덜 물려요. 맥주라면 볶은 맛이 있는 흑맥주가 잘 맞습니다. 처음이라면 술과 함께 시도해 보세요. 맨입에 먹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술을 맞추면 특히 쉬워지는 것들이에요.

그대로 못 먹겠으면 요리로

열을 만나면 향이 눅어지고 감칠맛만 남습니다. 크림에 녹여 파스타 소스로 쓰거나, 구운 고기 위에 조금 올려 녹이거나, 샐러드에 부숴 뿌리는 정도로도 충분해요. 양은 생각보다 적게 넣어야 합니다. 파스타 2인분에 20g이면 충분하고, 그 이상 넣으면 다른 재료가 전부 사라집니다. 감자와도 아주 잘 맞아요. 구운 감자에 블루치즈를 조금 올려 녹이면 그것만으로 한 접시가 됩니다. 요리로 먼저 익숙해진 다음 그대로 먹어보는 순서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리에 녹여 쓰기 좋은 쪽입니다.

곰팡이는 원래 그런 겁니다

속의 푸른 줄무늬는 상한 것이 아니라 만들 때 넣은 것입니다. 다만 잘라둔 단면에 원래 없던 색의 솜털이 새로 피었다면 그건 다른 곰팡이예요. 표면이 미끈거리거나,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찌르거나, 색이 갈색으로 변했다면 먹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보관할 때는 유산지에 싸서 밀폐용기에 따로 넣으세요. 향이 워낙 세서 그냥 두면 냉장고 안의 다른 것들이 전부 같은 냄새가 납니다. 자를 때 쓴 칼도 반드시 닦으세요. 안 그러면 며칠 뒤 브리에서 블루치즈 맛이 납니다.

페니실린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떡하나요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블루치즈에 쓰는 곰팡이는 페니실륨 속에 속하지만, 항생제 페니실린을 만드는 종과는 다른 종이고 치즈에서 페니실린이 생성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다만 곰팡이 자체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별개의 이야기이고, 개인차도 있어요.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상태라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일 뿐 의학적 조언이 아니에요.

첫 블루치즈를 산다면

이탈리아식 고르곤졸라 돌체를 100g 정도 사세요. 그 이상은 필요 없습니다. 함께 살 것은 꿀 조금과 배 하나, 그리고 호두. 이게 전부예요. 먹기 30분 전에 꺼내두고, 아주 얇게 잘라 배 조각 위에 올린 다음 꿀을 살짝 떨어뜨려 먹어보세요. 이 조합에서도 안 맞는다면 그건 취향이니 억지로 갈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여기서 생각이 바뀝니다. 예전에 한 번 먹고 포기했던 사람일수록 더 그래요. 대개는 치즈가 아니라 상황이 문제였거든요.

첫 한 조각으로 권하는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