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종류를 얼마나 사야 할지, 어떻게 골라야 겹치지 않는지, 어떻게 잘라야 예의에 맞는지. 손님 오는 날 실패하지 않는 구성법을 정리했어요.
세 종류면 충분합니다
욕심내서 여덟 가지를 올리면 서로 묻혀서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아요. 세 종류에서 다섯 종류 사이가 적당합니다. 홀수로 놓는 것이 보기에 안정적이라는 오래된 요령도 있는데, 실제 이유는 단순합니다. 세 개면 부드러운 것·단단한 것·강한 것이 정확히 한 자리씩 차지하거든요. 양은 곁들임으로 낼 때 한 사람당 30~50g, 치즈가 식사를 대신하는 자리라면 100~150g으로 잡으면 넉넉합니다.
겹치지 않게 고르는 방법
질감·우유·강도 세 가지를 서로 다르게 고르면 자동으로 다양해집니다. 부드러운 것 하나, 단단한 것 하나, 강한 것 하나. 여기에 양젖이나 염소젖 치즈를 한 자리 넣으면 소젖만으로는 안 나오는 향이 더해져요. 다섯 종류까지 늘릴 거라면 축을 하나 더 씁니다. 나라를 다르게 하거나, 같은 종류를 숙성 개월 수만 다르게 놓는 거예요. 후자는 의외로 반응이 좋습니다. 같은 치즈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눈앞에서 비교되니까요.
질감·우유·강도를 서로 다르게 잡으면 이렇게 갈립니다.
바로 쓸 수 있는 조합 세 가지
고민이 길어질 때 그대로 따라 하면 되는 구성입니다. 첫째, 손님이 치즈를 잘 모를 때. 생모짜렐라·고다·브리 세 가지면 아무도 겁먹지 않고 다 먹습니다. 둘째, 와인을 곁들이는 자리. 브리·콩테·고르곤졸라는 흰곰팡이·경성·블루로 성격이 셋 다 달라서, 화이트든 레드든 어느 쪽에나 받아주는 자리가 하나씩 있습니다. 셋째, 조금 특별하게 보이고 싶을 때. 셰브르·만체고·로크포르는 소젖이 한 자리도 없는 구성이에요. 염소젖 하나에 양젖 둘이라 소젖만으로는 나오지 않는 향이 접시에 깔리고, 산미·고소함·블루로 성격은 셋 다 멀찍이 갈립니다. 치즈를 고를 때 쓰는 기억법에도 이 자리들이 그대로 들어 있어요. 숙성된 것 하나, 부드러운 것 하나, 염소젖 하나, 블루 하나.
세 조합에 들어가는 것들을 모아놓았어요.
구하기 어려우면 자리만 바꾸세요
위 조합을 그대로 들고 마트에 가면 두 번째와 세 번째에서 막힙니다. 콩테·만체고·로크포르는 대형마트 치즈 칸에 잘 놓이지 않아서, 수입식품 전문몰이나 백화점 식품관까지 가야 만나는 일이 많아요. 그럴 때 조합을 통째로 버리지 마세요.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그 자리가 맡은 역할이라, 역할이 같은 것으로 갈아 끼우면 그대로 성립합니다. 콩테 자리에는 그뤼에르나 에멘탈. 셋 다 알프스 쪽 경성 치즈라 고소한 결이 닮았고 에멘탈은 어느 마트에나 있습니다. 만체고 자리에는 페코리노. 같은 양젖 경성 치즈라 향의 성격이 겹칩니다. 로크포르 자리에는 고르곤졸라를 놓으면 되는데, 같은 블루인데도 훨씬 흔하고 돌체 쪽을 고르면 오히려 처음 먹는 사람에게 낫습니다.
구하기 쉬운 쪽으로 자리를 바꾼 것들이에요.
한 군데서 다 사려고 하지 마세요
파는 곳마다 잘하는 자리가 다릅니다. 대형마트는 흰곰팡이 치즈와 덩어리 반경성, 그리고 물에 담긴 생치즈까지가 안정적이에요. 이 셋만으로도 부드러운 것·단단한 것·순한 것이 채워집니다. 창고형 매장은 덩어리가 크고 종류가 적으니 가짓수를 늘리는 곳이 아니라 한 종류를 넉넉히 확보하는 곳이고, 오래 가는 단단한 치즈일수록 유리합니다. 강한 것 하나, 그러니까 블루나 양젖이나 세척 껍질 치즈는 수입식품 전문몰이 폭이 넓어요. 그래서 실패가 적은 방법은 이겁니다. 세 자리 중 둘은 마트에서 채우고, 나머지 한 자리만 새로운 것으로 두세요. 낯선 치즈가 입에 안 맞아도 접시가 무너지지 않고, 매번 한 칸씩만 바꾸면 뭐가 내 취향인지도 훨씬 빨리 알게 됩니다.
마트에서 두 자리를 채울 때 무난해요.
곁들임은 단맛·바삭함·산미 셋이면 됩니다
꿀이나 잼, 말린 무화과 같은 단것 하나. 바게트나 크래커 같은 바삭한 것 하나. 그리고 피클이나 올리브처럼 신것 하나. 이 셋이 각각 다른 일을 합니다. 단것은 짠맛을 받아주고, 바삭한 것은 질감의 대비를 만들고, 신것은 기름기가 쌓이는 걸 끊어줘요. 견과는 단단한 치즈와, 포도나 사과 같은 신선한 과일은 크리미한 치즈와 잘 맞습니다. 곁들임을 다섯 가지 넘게 올리면 정작 치즈가 안 보이니 욕심내지 마세요.
곁들임이 없으면 특히 아쉬워요.
순한 것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한 치즈를 먼저 먹으면 그다음 것이 밍밍하게 느껴집니다. 순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이어지도록 시계 방향으로 놓고, 그 순서대로 먹자고 한마디 일러두면 다들 순한 것부터 차례로 집습니다. 작은 종이에 이름과 번호를 적어 꽂아두면 더 좋아요.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 때 훨씬 적극적으로 맛을 봅니다. 이름을 알아야 마음에 든 치즈를 다음에 다시 살 수 있기도 하고요.
순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놓는 순서 그대로입니다.
자르는 법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핵심 원칙은 하나예요. 모든 사람이 껍질과 속살을 같은 비율로 가져가게 하는 것. 치즈는 부위마다 맛이 다르고, 보통 가운데가 가장 부드럽고 껍질 쪽이 가장 진하거든요. 그래서 둥근 치즈는 케이크처럼 중심에서 방사형으로 자릅니다. 원통형 치즈는 그냥 동그랗게 썰면 되고, 피라미드형은 위에서 아래로 십자로 가른 뒤 각 조각을 눕혀 썹니다. 이 규칙만 알면 어떤 모양이 와도 당황하지 않아요.
삼각형 조각의 뾰족한 끝을 자르지 마세요
치즈 예절에서 가장 유명한 금기입니다. 이미 삼각형으로 잘려 있는 조각의 뾰족한 끝, 그러니까 원래 치즈 덩어리의 한가운데였던 부분을 코라고 불러요. 여기가 가장 부드럽고 향이 진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뚝 잘라 먹으면 남은 사람들에게는 껍질 쪽만 남게 되죠. 그래서 옆면을 따라 길게 저며서, 한 조각마다 코부터 껍질까지 조금씩 들어가게 자르는 것이 정석입니다. 알고 나면 아주 합리적인 규칙이에요. 프랑스 식탁에서는 이걸 어기면 눈총을 받습니다.
칼은 치즈마다 따로 두세요
블루치즈를 자른 칼로 브리를 자르면 푸른곰팡이가 옮겨 갑니다. 며칠 뒤에 그 브리에서 블루치즈 맛이 나기 시작하는 걸 보게 될 거예요. 향이 옮는 것도 문제입니다. 칼을 여러 자루 두기 어렵다면 자를 때마다 마른 행주로 닦기만 해도 충분해요. 부드러운 치즈가 칼에 들러붙어 뭉개진다면 칼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 물기를 닦고 자르면 훨씬 깔끔합니다.
칼을 섞어 쓰면 특히 티가 나는 두 가지예요.
온도가 절반입니다
치즈는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면 향의 절반을 잃습니다. 지방이 굳어 있어 향 성분이 날아오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먹기 30분에서 1시간 전에 꺼내 실온에 두세요. 부드러운 치즈일수록 차이가 큽니다. 다만 여름에 한 시간 넘게 두면 기름이 배어 나오니 손님이 늦으면 다시 넣는 편이 낫습니다. 자르는 것은 실온이 된 다음에 하세요. 차가울 때 자르면 부스러지고, 미리 잘라두면 표면이 마릅니다.
접시와 담는 법
나무 도마 하나면 충분합니다. 대리석은 보기 좋지만 차가워서 치즈가 좀처럼 실온이 되지 않아요. 여름에는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담을 때는 접시를 꽉 채우지 마세요. 치즈 사이에 손이 들어갈 만큼 여백이 있어야 사람들이 편하게 집습니다. 향이 아주 센 치즈는 한쪽 구석에 조금 떼어 놓는 것도 방법이에요. 옆 치즈에 냄새가 옮는 걸 막고, 겁내는 사람도 피해 갈 수 있으니까요.
자주 하는 실수 다섯 가지
하나, 종류를 너무 많이 올린다.
둘, 차가운 채로 낸다.
셋, 곁들임이 치즈보다 많다.
넷, 칼 하나로 다 자른다.
다섯, 남은 치즈를 원래 포장에 도로 넣는다.
마지막 것이 의외로 흔한데, 이미 실온에 나왔다 들어간 치즈는 표면 상태가 달라져 있어서 새 종이에 싸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은 다음 날 그냥 먹기보다 파스타에 갈아 넣거나 샌드위치에 끼우면 훨씬 잘 소비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