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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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에멘탈·콩테, 뭐가 다를까

노란 덩어리 셋이 나란히 있으면 구분이 안 됩니다. 그런데 구멍 하나만 봐도 절반은 갈려요.

셋은 사촌입니다

셋 다 알프스 산악 지대에서 태어난 경성치즈입니다. 산에서는 여름에 짠 우유를 겨울까지 두고 먹어야 했고, 그러려면 크게 만들어 오래 숙성시키는 것이 답이었어요. 그래서 셋 다 큰 바퀴로 만들고 반죽을 가열해 압착합니다. 이 공정 덕분에 열을 받으면 실이 지지 않고 매끄럽게 풀려서, 녹이는 요리에 두루 강해요. 그뤼에르와 에멘탈은 스위스, 콩테는 프랑스 쥐라 쪽입니다.

산에서 크게 만들어 오래 숙성하는 쪽이에요.

구멍이 절반을 갈라놓습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는 그뤼에르가 아니라 에멘탈입니다. 이 오해가 워낙 흔해요. 에멘탈의 구멍은 체리에서 호두만 하고, 프로피온산균이 젖산을 발효시키며 낸 가스 자국입니다. 에멘탈러 AOP 는 스위스 AOP 치즈 가운데 이 균을 쓰도록 허용된 유일한 치즈예요. 그뤼에르는 촘촘해서 구멍이 있어도 4~6mm로 아주 작고, 규격상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콩테도 구멍이 거의 없어요.

맛은 이 순서로 진해집니다

에멘탈이 가장 순합니다. 구운 헤이즐넛 같은 고소함에 은은한 단맛과 마른 건초 향이 따라오는데, 향은 뚜렷하지만 자극이 없어요. 그뤼에르는 짭짤하고 감칠맛이 깊습니다. 1년을 넘긴 것은 삶은 햄이나 구운 밤을 연상시키는 향이 나면서 하얀 결정이 씹히기 시작해요. 콩테는 고소한 견과에서 시작해 캐러멜 같은 단맛이 따라오는데, 셋 중 가장 부드럽습니다. 값도 대체로 이 순서로 올라가요.

쓰임이 갈립니다

퐁뒤와 그라탕, 양파수프처럼 녹이는 요리라면 그뤼에르입니다. 감칠맛이 진해서 열을 받아도 맛이 묻히지 않아요. 샌드위치나 아이와 함께 먹을 거라면 에멘탈이 무난합니다. 순하고 잘 녹으며 실이 길게 늘어나요. 그대로 집어 먹거나 플레이트에 올릴 거라면 콩테가 좋습니다. 계절과 목장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치즈라 여름 풀을 먹인 우유로 만든 것은 색이 노랗고 향이 더 화사해요.

퐁뒤를 집에서 하는 법 →

살 때 볼 것

이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Le Gruyère AOP · Emmentaler AOP 처럼 AOP 표시가 붙은 것과 그냥 그뤼에르·에멘탈은 다를 수 있어요. 뒤쪽은 스위스 밖에서 만든 것일 수 있습니다. 콩테의 띠 색은 오해하기 쉬운데, 초록 띠와 갈색 띠는 20점 만점 심사 점수로 갈리는 것이고 숙성 기간이나 맛의 방향과는 관계가 없어요. 오래된 것을 원하면 띠가 아니라 숙성 개월이 적혀 있는지 보세요. 요즘 에멘탈의 구멍이 작고 적은 것도 흠이 아닙니다 — 착유기가 좋아져 구멍의 씨가 되던 건초 부스러기가 줄어든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