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대에 나란히 놓여 있고 값은 꽤 차이가 납니다. 무엇이 그 값을 만드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언제 의미가 있는지 정리했어요.
규정이 다릅니다
생김새도 쓰임도 거의 같지만 지켜야 하는 규격이 다릅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최소 12개월, 그라나 파다노는 9개월을 넘겨야 도장을 받아요. 젖소에게 주는 먹이도 파르미지아노 쪽이 엄격해서 건초와 풀만 허용하고 사일리지를 못 씁니다. 만들 수 있는 지역도 훨씬 좁아요. 그리고 파르미지아노는 첨가물 없이 만드는 반면, 그라나 파다노는 발효를 조절하려고 리소자임을 씁니다.
규격이 갈리는 두 초경성 치즈예요.
그래서 맛이 이렇게 갈립니다
파르미지아노가 더 진하고 짭짤하며 감칠맛이 셉니다. 씹을 때 톡톡 걸리는 하얀 알갱이도 더 많아요. 이건 소금이 아니라 숙성 중 단백질이 풀리며 생긴 아미노산 결정이라, 오래 익은 것일수록 늘어납니다. 그라나 파다노는 더 순하고 촉촉하며 알갱이감이 덜해요. 치즈 맛이 세게 튀면 안 되는 요리에는 오히려 이쪽이 맞습니다.
값 차이만큼 맛이 다른가
그대로 집어 먹으면 확실히 다릅니다. 그런데 요리에 갈아 넣으면 차이가 상당 부분 묻혀요. 파스타에 뿌리거나 수프에 녹여 쓸 것이라면 그라나 파다노로 충분하고, 같은 무게에 값이 낮으니 매일 쓰기에 실용적입니다. 반대로 치즈 자체가 주인공인 자리 — 그대로 조각내 먹거나 플레이트에 올릴 자리 — 라면 파르미지아노 쪽이 값을 합니다. 둘 다 두고 쓰임에 따라 나눠 쓰는 것도 방법이에요.
파르메산은 또 다른 얘기입니다
유럽에서는 파르메산이라고 쓰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여야 합니다. 2008년 유럽사법재판소가 그렇게 정리했어요. 하지만 유럽 밖에서는 파르메산이 일반명이라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에 든 가루 파르메산은 전혀 다른 물건일 수 있어요. 원재료명에 셀룰로스나 다른 치즈가 섞여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짜를 원하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긴 이름을 확인하세요.
살 때 확인할 것
파르미지아노는 껍질에 PARMIGIANO-REGGIANO 가 점으로 촘촘히 새겨져 있습니다. 조각에 껍질이 붙어 있으면 확인이 쉬워요. 그라나 파다노는 포장이나 껍질에서 Grana Padano DOP 표시를 보면 됩니다. 둘 다 이미 갈아놓은 가루는 향이 빨리 날아가니 덩어리로 사서 쓸 때 가는 편이 낫습니다. 그라나 파다노를 그대로 집어 먹을 생각이라면 20개월을 넘긴 리세르바를 고르세요 — 견과향과 단맛이 훨씬 뚜렷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