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뤼에르인지 그루예르인지. 나라별로 몇 가지 규칙만 알면 처음 보는 이름도 읽을 수 있고, 이름만으로 그 치즈의 성격까지 짐작할 수 있어요.
이름은 대개 지명입니다
치즈 이름의 상당수는 그 치즈가 태어난 마을이나 지역의 이름이에요. 브리는 파리 동쪽의 지방, 고다는 네덜란드의 도시, 체다는 잉글랜드 서남부의 협곡 마을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읽을 줄 알면 어느 나라 치즈인지가 함께 따라옵니다. 반대로 새 이름을 만났을 때 지도에서 찾아보면 성격을 짐작할 수 있어요. 알프스 산자락이면 크고 단단한 치즈일 가능성이 높고, 지중해 섬이면 짜고 소금물에 담근 치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름은 그 치즈의 주소인 셈이에요.
이름이 곧 출신지인 것들이에요.
동물 이름이 그대로 치즈 이름인 경우도 많습니다
페코리노는 이탈리아어로 양을 뜻하는 페코라에서 왔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양치즈라는 뜻이에요. 셰브르는 프랑스어로 염소 그 자체이고, 모짜렐라 디 부팔라의 부팔라는 물소입니다. 리코타는 다시 익혔다는 뜻이고, 마스카포네도 어원에 대해 몇 가지 설이 있지만 모두 만드는 방식과 관련돼 있어요. 이름이 이미 정보인 셈입니다. 낯선 치즈 이름을 만났을 때 그 뜻을 한 번 찾아보면, 그 치즈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대개 함께 나옵니다.
이름 자체가 이미 정보인 것들입니다.
프랑스어 — 끝 자음은 대개 읽지 않습니다
로크포르의 끝소리가 트가 아닌 이유가 이것이고, 까망베르의 끝도 마찬가지예요. 대신 앞쪽 모음을 또렷하게 냅니다. 몇 가지만 더 알면 웬만한 이름은 읽을 수 있어요. ch는 쉬 소리가 나고, 그래서 셰브르가 슈에브르에 가깝게 소리 납니다. 모음 위의 악센트는 소리의 방향을 정하는 표시라 무시하면 안 돼요. 콩테의 e에 붙은 악센트가 그 예입니다. 우리말 표기가 원어와 조금 달라 보여도 대체로 이 규칙들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끝 자음을 흘리는 것들이에요.
이탈리아어 — 적힌 대로 다 읽습니다
묵음이 거의 없어서 오히려 쉬워요. 규칙 몇 개만 알면 됩니다. ch는 크 소리, gn은 뉴에 가깝습니다. ci와 ce는 치와 체로, gi와 ge는 지와 제로 읽어요. 파르미지아노가 그 예입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어는 강세가 대개 끝에서 두 번째 음절에 옵니다. 마스카포네는 마스카포-네가 아니라 마스카-포네에 가깝게 소리 나요. 이 하나만 알아도 이탈리아 치즈 이름이 훨씬 자연스러워집니다.
적힌 대로 다 읽으면 되는 것들입니다.
네덜란드어와 독일어 — 목에서 나는 소리
고다는 네덜란드어로는 하우다에 가깝게 소리 납니다. 첫소리가 목 안쪽에서 긁히듯 나는 소리라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워요. 우리 표기는 영어식을 따라 굳었습니다. 네덜란드 치즈 포장에 자주 보이는 욘흐·벨레헌·아우트는 각각 어린 것·중간·오래된 것을 뜻해요. 스위스 치즈 중에는 독일어권에서 온 이름과 프랑스어권에서 온 이름이 섞여 있습니다. 에멘탈은 독일어권의 엠멘 계곡이라는 뜻이고, 그뤼에르는 프랑스어권 마을 이름이에요.
우리 표기와 원어 소리가 특히 벌어지는 것들이에요.
스페인어 — 대체로 읽히는 대로
만체고는 '라만차 지방의'라는 뜻입니다. 형용사가 그대로 치즈 이름이 된 경우예요. 스페인어는 규칙이 단순한 편이라 적힌 대로 읽으면 대체로 맞습니다. 다만 j와 g는 목에서 나는 거친 h 소리가 되고, ll은 야 소리에 가까워요. 그리고 스페인 치즈 라벨에는 숙성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 자주 붙습니다. 세미쿠라도는 중간 숙성, 쿠라도는 숙성, 비에호는 오래 숙성한 것이에요. 같은 만체고라도 이 단어에 따라 맛이 꽤 달라집니다.
읽히는 대로 부르면 되는 치즈입니다.
숙성을 뜻하는 말들은 알아두면 유용합니다
라벨에 붙은 짧은 단어 하나가 그 치즈의 세기를 알려줍니다. 프랑스는 아피네나 비외, 이탈리아는 스타조나토, 네덜란드는 아우트, 스페인은 쿠라도가 오래 숙성했다는 뜻이에요. 반대로 어린 것은 프랑스어로 죈, 네덜란드어로 욘흐입니다. 영어권 치즈에는 마일드·미디엄·샤프·엑스트라 샤프처럼 단계가 적혀 있고요. 이 단어들만 알아도 같은 진열대에서 순한 것과 강한 것을 골라낼 수 있습니다. 숙성 개월 수가 안 적혀 있는 제품에서는 이 단어가 유일한 단서일 때가 많아요.
포장에 숙성 단계가 함께 적혀 나오는 것들이에요.
영어권에서 굳어진 발음은 또 다릅니다
그뤼에르는 영어권에서 그루-예어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원어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 나름대로 굳은 발음이에요. 이런 경우가 꽤 많습니다. 파르미지아노는 영어로 파르메산이 되고, 셰브르는 셰브라에 가깝게 읽히죠. 어느 쪽이 맞느냐는 사실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그 나라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원어에 가깝게, 영어로 대화할 때는 그쪽 관행을 따르는 편이 오히려 잘 통해요. 완벽한 발음을 고집하다 못 알아듣게 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영어권에서 다르게 굳은 것들입니다.
한글 표기가 원어와 달라 보이는 이유
외래어 표기법은 원어 발음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화자가 쓰고 읽기 편하도록 일정한 규칙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원어와 완전히 같지는 않아요. 고다가 대표적입니다. 네덜란드어로는 하우다에 가깝지만 우리 표기는 영어식을 따라 고다로 굳었어요. 이걸 틀렸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표기는 소통을 위한 약속이니까요. 다만 원어 발음을 알고 있으면 현지에서나 원어 자료를 볼 때 도움이 됩니다. 이 사이트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표기를 기본으로 쓰고 있어요.
확실하지 않으면 들어보세요
이 사이트의 치즈 상세 화면에는 이름을 소리로 들어볼 수 있는 버튼이 있습니다. 원어 발음과 영어권 발음을 함께 들을 수 있어요. 글자로 옮긴 발음 표기는 아무리 잘 적어도 한계가 있어서, 한 번 들어보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특히 프랑스어 치즈 이름은 글로만 봐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여러 번 들어보고 따라 해보면 금세 익숙해집니다.
가게에서 통하는 요령
완벽한 발음보다 중요한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이름의 앞부분을 또렷하게 말하는 것. 뒷부분이 흐려져도 앞이 분명하면 대개 통합니다. 둘째, 나라와 종류를 함께 말하는 것. 프랑스 흰곰팡이 치즈라고 덧붙이면 발음이 어긋나도 알아들어요. 셋째, 사진이나 글자를 보여주는 것. 이건 가장 확실합니다. 그리고 발음을 틀릴까 봐 아예 묻지 않는 것이 제일 손해예요. 가게 사람들은 매일 그 이름을 말하는 사람들이라, 조금만 비슷해도 알아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