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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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보관법, 마르지도 상하지도 않게

랩으로 꽁꽁 싸두면 왜 미끈해질까. 냉장고 어디에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 곰팡이가 폈을 때와 얼려도 되는지까지 정리했어요.

랩으로 꽉 싸지 마세요

치즈는 숙성이 계속 진행되는 살아 있는 식품입니다. 비닐랩으로 밀착시키면 숨을 못 쉬고 빠져나온 수분이 갇혀 표면이 미끈해져요. 게다가 랩이 직접 닿은 면에는 플라스틱 냄새가 뱁니다. 전문가들이 랩을 꺼리는 첫 번째 이유가 이 냄새예요. 유산지나 종이호일로 느슨하게 싸는 것이 정석입니다. 종이가 수분은 조금씩 내보내면서 완전히 마르는 것은 막아주거든요. 랩을 꼭 써야 한다면 치즈에 직접 닿게 하지 말고, 종이로 한 겹 싼 다음 그 위에 느슨하게 두르세요.

치즈 전용 종이는 왜 두 겹일까

치즈 가게에서 쓰는 전용 포장지를 뜯어보면 두 겹으로 되어 있습니다. 바깥은 왁스를 입힌 종이라 수분이 다 날아가는 것을 막고, 안쪽은 숨이 통하는 얇은 막이라 치즈가 내놓는 습기와 가스를 빠져나가게 해요. 두 층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숙성 동굴의 환경입니다. 습하지만 고이지는 않는 상태. 치즈가 몇 백 년 동안 자라온 조건이 딱 그거였거든요. 원리를 알면 집에서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유산지로 싸고, 밀폐되지 않게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 것으로 충분해요.

집에 있는 것으로 대신하는 법

유산지가 없다면 종이호일이나 기름종이도 괜찮습니다. 심지어 키친타월로 한 겹 싸고 그 위에 랩을 느슨하게 두르는 방법도 꽤 잘 통해요. 키친타월이 표면의 물기를 빨아들이고 랩이 마르는 것을 막아주니 두 겹 종이와 원리가 같습니다. 다만 키친타월은 이삼 일에 한 번 갈아주세요. 습기를 머금은 채로 두면 오히려 곰팡이가 잘 핍니다. 통은 밀폐용기여도 되는데, 뚜껑을 완전히 잠그지 말고 살짝 걸쳐두는 편이 낫습니다.

냉장고에서는 채소칸이 낫습니다

문 쪽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흔들리고, 냉기가 직접 닿는 안쪽 벽은 너무 건조합니다. 온도가 가장 안정적이고 습도가 있는 채소칸이 치즈 자리로 좋아요. 이상적인 온도는 4~8도쯤인데, 일반 냉장실보다 살짝 따뜻한 이 온도대가 숙성 동굴에 가깝습니다. 종이에 싼 다음 통에 느슨하게 담아두면 냉장고 냄새가 배는 것도 막을 수 있어요. 김치가 있는 냉장고라면 이 단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종류마다 수명이 다릅니다

수분이 많을수록 빨리 상합니다. 생치즈는 개봉 후 이삼 일, 흰곰팡이 치즈는 일주일 안팎, 반경성 치즈는 이삼 주, 아주 단단한 치즈는 한 달 이상도 버텨요. 자주 못 먹는다면 처음부터 단단한 쪽으로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부라타처럼 물에 담겨 오는 치즈는 예외 없이 그날 안에 먹는 것이 정답이에요. 하루만 지나도 속의 크림이 물러지고 겉껍질이 질겨집니다. 사는 날짜를 먹는 날짜에 맞추는 수밖에 없습니다.

수명이 짧은 쪽부터 긴 쪽으로 놓았어요.

냄새는 옮습니다

향이 센 치즈를 아무렇게나 두면 냉장고 안의 우유와 버터까지 같은 냄새가 납니다. 세척 치즈나 블루치즈는 반드시 따로 밀폐용기에 담으세요. 반대로 순한 치즈는 그 안에서 남의 냄새를 흡수합니다. 크림치즈나 마스카포네처럼 지방이 많고 향이 약한 것들이 특히 잘 빨아들여요. 그래서 치즈를 여러 종류 두고 있다면 종류별로 종이에 따로 싸는 것만으로도 맛이 달라집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몇 주 지나면 차이가 확실합니다.

따로 밀폐해 두는 편이 나은 것들입니다.

소금물에 담겨 온 치즈는 그 물째로

페타나 할루미처럼 소금물에 잠겨 오는 치즈는 그 물을 버리지 마세요. 그 안에 도로 담가 두면 마르지 않고 훨씬 오래 갑니다. 물이 부족해지면 물 한 컵에 소금 한 티스푼 정도를 녹여 부어주면 돼요. 모짜렐라도 마찬가지로 담겨 있던 물에 그대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짠맛이 부담스럽다면 먹기 직전에 찬물에 20~30분 담가 두면 소금이 빠지는데, 미리 빼두면 보관성이 떨어지니 먹기 직전에 하세요.

담겨 온 물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에요.

곰팡이가 피었으면

단단한 치즈는 곰팡이가 난 자리에서 사방과 아래로 2.5cm 넘게 도려내면 나머지는 먹어도 됩니다. 수분이 적어 곰팡이가 속까지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칼이 곰팡이에 닿지 않게 하고, 잘라낸 뒤에는 포장을 새것으로 바꾸세요. 반대로 수분이 많은 치즈 — 생치즈, 크림치즈, 코티지치즈, 그리고 미리 갈아 두거나 썰어 둔 것 — 은 표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속까지 퍼졌을 수 있어 통째로 버리는 것이 맞습니다. 브리나 까망베르처럼 흰곰팡이로 만든 치즈도, 원래 껍질이 아닌 색(초록·검정·분홍)이 보이면 버리세요. (미국 농무부 권고)

도려내도 되는 쪽과 통째로 버리는 쪽입니다.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면

브리나 까망베르를 열었는데 코를 찌르는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면 숙성이 지나쳤다는 신호입니다. 상한 것과는 다르지만 맛있게 먹을 시기는 넘어간 거예요. 조금 나는 정도라면 포장을 벗기고 15분쯤 두면 상당히 날아갑니다. 그래도 남는다면 그냥 먹기보다 익혀 쓰는 편이 낫습니다. 오븐에 구워 빵에 발라 먹거나 파스타 소스에 녹이면 그 향이 훨씬 눅어져요. 참고로 이 냄새는 표면에서 먼저 강해지므로, 껍질을 얇게 걷어내면 속은 멀쩡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 냄새가 특히 잘 나는 쪽이에요.

얼려도 될까요

얼릴 수는 있지만 원래 질감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얼음 결정이 조직을 끊어놓아서 녹이면 물이 빠지고 푸석해져요. 그래서 그대로 먹을 치즈는 얼리지 않는 편이 낫고, 요리에 넣을 것이라면 갈거나 잘라서 얼려두면 쓸 만합니다. 갈리는 기준은 이름이 아니라 수분입니다. 체다처럼 단단한 치즈는 수분이 적어 얼음 결정이 덜 생기므로, 부스러지기는 해도 녹여 쓰는 자리에서는 티가 잘 안 나요. 덩어리째보다 미리 갈거나 썰어서 얼면 훨씬 낫습니다. 모짜렐라는 같은 이름 안에서 갈립니다. 물에 담겨 오는 생 모짜렐라는 수분이 많아 얼리면 결이 부서지고 녹일 때 물이 빠져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되니 얼리지 마세요. 반대로 피자용으로 파는 저수분 모짜렐라는 얼려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어차피 녹여서 쓰니까요. 부드러운 치즈와 블루치즈는 어느 쪽이든 얼리면 회복되지 않습니다. 녹일 때는 실온에 꺼내지 말고 냉장실에서 천천히 녹이세요.

얼렸을 때 결과가 갈리는 두 가지입니다.

말라버린 치즈 살리기

겉이 딱딱하게 마른 단단한 치즈는 그 부분만 얇게 저며내면 속은 멀쩡합니다. 잘라낸 껍질은 국물에 넣어 감칠맛을 내는 데 쓰면 되고요. 파르미지아노 껍질을 된장찌개나 미역국에 넣어보면 의외의 감칠맛이 납니다. 다 우러난 껍질은 건져 버리면 돼요. 너무 마른 조각은 강판에 갈아 통에 모아두었다가 파스타나 그라탕에 쓰면 버릴 일이 없습니다. 아주 조금 마른 정도라면 젖은 키친타월로 한 번 닦고 새 종이에 싸서 하루 두면 상당히 돌아옵니다.

말라도 되살릴 수 있는 쪽이에요.

정리하면 이 네 가지

종이에 싸고, 채소칸에 두고, 종류별로 나누고, 일주일에 한 번 상태를 보는 것. 이 네 가지면 대부분의 문제가 안 생깁니다. 마지막 항목이 은근히 중요해요. 냉장고 안쪽에 밀어 넣은 치즈는 대개 잊히고, 잊힌 치즈는 결국 버려집니다. 눈에 보이는 자리에 두면 훨씬 잘 먹게 돼요. 그리고 산 날짜를 종이에 적어두면 얼마나 지났는지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매직 하나로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