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를 더 사지 않아도 됩니다. 사둔 치즈 하나와 집에 있는 것으로 되는 열 가지, 그리고 실패를 줄이는 요령.
통째로 구운 흰곰팡이 치즈
브리나 까망베르를 통째로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80도에서 15~20분 데우면 속이 완전히 흐르는 상태가 됩니다. 250g짜리 한 통 기준이고, 크면 시간을 더 주세요. 위쪽 껍질에 십자로 칼집을 내두면 속이 부풀어 터지지 않고 예쁘게 열립니다. 꿀을 두르고 견과를 뿌린 뒤 바게트로 찍어 먹으면 손님상이 돼요. 껍질이 그릇 역할을 하니 그릇도 필요 없습니다. 나무 상자에 든 제품이라면 랩과 스티커만 떼고 상자째 구워도 됩니다.
통째로 구울 수 있는 것들이에요.
토마토와 생치즈 한 접시
잘 익은 토마토와 생치즈를 번갈아 놓고 올리브유와 소금만 뿌리면 끝입니다. 치즈가 진할수록 토마토는 새콤한 쪽이 좋아요. 부라타를 쓴다면 자르지 말고 한가운데서 갈라 속이 흘러나오게 두는 편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요령이 하나 있다면 토마토에 소금을 먼저 뿌리고 5분쯤 두는 것. 물이 조금 나오면서 맛이 진해지고, 그 즙이 그대로 소스가 됩니다. 발사믹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아쉽지 않아요.
토마토만 있으면 한 접시가 되는 쪽입니다.
리코타 토스트
구운 빵에 리코타를 두툼하게 바르고 꿀과 후추를 올리면 단맛 쪽, 올리브유와 소금을 올리면 짠맛 쪽이 됩니다. 담백한 치즈라 위에 올리는 것에 따라 방향이 완전히 갈려요. 아침으로도 야식으로도 됩니다. 리코타는 물기가 많으면 빵이 눅눅해지니 체에 30분쯤 받쳐 물을 빼면 훨씬 낫습니다. 제철 과일을 얇게 썰어 올리면 그것만으로 카페 메뉴가 돼요.
빵에 얹기 좋은 두 가지예요.
크림 없이 만드는 치즈 파스타
면 삶은 물에는 전분이 녹아 있어서 그것만으로 소스가 이어집니다. 불을 끄고 면수를 조금 부은 뒤 간 치즈를 나눠 넣으며 저으면 매끈해져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뜨거울 때 치즈를 한꺼번에 넣으면 덩어리집니다. 치즈는 최대한 곱게 갈고, 팬이 살짝 식은 다음에 넣으세요. 후추를 통후추로 갈아 넣으면 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블루치즈를 쓸 때는 아주 조금부터 넣고 맛을 보면서 늘리세요.
면수만으로 소스가 되는 것들입니다.
치즈를 얇게 저민 샐러드
쌉쌀한 잎채소에 단단한 치즈를 감자칼로 얇게 저며 올리고 올리브유와 레몬만 뿌립니다. 갈아 넣는 것과 저며 올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음식이에요. 얇을수록 입에서 잘 녹아 짠맛이 부드럽게 퍼집니다. 루꼴라처럼 쌉쌀한 잎이 가장 잘 맞고, 없으면 어린잎 채소도 괜찮아요. 여기에 구운 견과를 조금 더하면 한 끼가 됩니다. 치즈에 이미 짠맛이 있으니 소금은 거의 필요 없습니다.
얇게 저며 올리기 좋은 쪽이에요.
프라이팬에 굽는 치즈
할루미는 기름을 두르지 않고 달군 팬에 바로 올려도 됩니다. 자체 지방으로 구워지거든요. 1cm 두께로 썰어 양면을 노릇하게 굽고, 마지막에 레몬을 짜 뿌리면 끝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서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 가장 놀라는 치즈예요. 그대로 먹어도 되고, 샐러드에 올리거나 빵 사이에 끼워도 됩니다. 굽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단단해지니 구운 즉시 내는 것이 좋습니다.
기름 없이 팬에 구울 수 있는 치즈예요.
오븐 하나로 되는 페타 파스타
몇 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요리인데, 실제로 아주 잘 됩니다. 오븐용 그릇에 방울토마토를 깔고 가운데에 페타 한 덩이를 통째로 올린 다음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200도에서 30분쯤 굽습니다. 꺼내서 포크로 으깨 섞으면 그대로 소스가 돼요. 여기에 삶은 파스타를 넣고 버무리면 끝입니다. 페타의 짠맛과 토마토의 단맛만으로 간이 맞아서 따로 넣을 것이 거의 없어요. 마늘 몇 쪽을 함께 구우면 향이 훨씬 좋아집니다.
덩어리째 오븐에 넣는 치즈입니다.
치즈를 올린 감자
삶거나 구운 감자에 녹인 치즈를 끼얹는 것만으로 한 끼가 됩니다. 스위스에서 라클렛을 먹는 방식이 정확히 이거예요. 감자를 껍질째 삶고, 반경성 치즈를 두껍게 썰어 오븐이나 프라이팬에서 녹인 다음 감자 위에 얹습니다. 곁들임은 작은 피클과 절인 양파. 이 신맛이 없으면 서너 입 만에 물립니다. 라클렛 치즈를 구하기 어렵다면 고다나 그뤼에르로도 충분히 비슷한 맛이 나요.
감자 위로 흘러내리는 쪽이에요.
5분이면 되는 치즈 디저트
마스카포네에 설탕을 조금 넣고 저은 다음 진하게 내린 커피를 적신 비스킷과 번갈아 담으면 티라미수에 가까운 것이 됩니다. 달걀도 오븐도 필요 없어요. 더 간단하게는 리코타에 꿀과 계핏가루만 뿌려도 됩니다. 크림치즈에 레몬즙과 설탕을 섞어 비스킷 위에 올리면 굽지 않는 치즈케이크가 되고요. 이 셋은 재료가 세 가지를 넘지 않으면서도 마무리로 내면 반응이 좋은 것들입니다.
그대로 떠서 디저트가 되는 것들입니다.
남은 치즈를 다 넣는 그라탕
냉장고에 조금씩 남은 치즈가 여러 개라면 이게 가장 좋은 처리법입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부 갈아서 섞으세요. 삶은 파스타나 감자, 데친 채소에 우유나 생크림을 조금 붓고 그 치즈를 올린 뒤 오븐에서 노릇하게 구우면 됩니다. 섞으면 맛이 이상해질까 걱정하기 쉬운데, 녹여 쓰는 요리에서는 오히려 여러 치즈가 섞여야 깊이가 생겨요. 다만 블루치즈는 힘이 세니 전체의 5분의 1을 넘기지 마세요.
남은 조각을 섞어 쓰기 좋은 것들이에요.
실패를 줄이는 세 가지
첫째, 불을 먼저 끄고 치즈를 넣습니다. 뜨거운 상태에 넣으면 거의 반드시 덩어리집니다. 둘째, 치즈는 최대한 곱게 갈아 씁니다. 같은 양이라도 훨씬 고르게 녹고 맛도 넓게 퍼져요. 셋째, 소금을 나중에 넣습니다. 치즈에 이미 소금이 들어 있어서, 먼저 간을 맞추면 거의 매번 짜집니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집에서 하는 치즈 요리의 실패는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